안녕하세요. 최근 경제학에서 균형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문득 떠오른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죄수의 딜레마인데요. 죄수의 딜레마는 시장에서 균형이 존재하는 경제학과는 달리, 참가자들이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최적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게임이론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이론(Game Theory)은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서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수학적 이론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게임이론에서는 각 참여자의 선택이 다른 참여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을 연구합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특정한 선택을 했을 때, 그 결과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선택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는 환경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러한 개념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학, 심리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됩니다. 특히 경제학에서는 기업 간의 경쟁, 협상, 가격 전략, 시장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는 데 게임이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두 명의 죄수가 각자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두 죄수는 서로 협력(침묵)하거나 배신(자백)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때 각 죄수는 상대방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배신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둘 다 배신할 경우 결국 서로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죄수의 딜레마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매트릭스를 살펴보겠습니다.
두 죄수(A와 B)가 모두 침묵(협력)하면: 각 1년의 형을 받습니다.
A가 자백(배신)하고, B가 침묵(협력)하면: A는 석방되지만, B는 10년의 형을 받습니다.
B가 자백(배신)하고, A가 침묵(협력)하면: B는 석방되지만, A는 10년의 형을 받습니다.
두 죄수(A와 B)가 모두 자백(배신)하면: 각각 5년의 형을 받습니다.
이 상황을 게임이론적으로 분석해 보면, 각 죄수는 자신의 형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만약 A가 침묵하고 B가 배신한다면, A는 10년의 형을 받고 B는 석방됩니다. 반대로 A가 배신하고 B가 침묵하면, A는 석방되고 B는 10년의 형을 받습니다. 그런데 만약 두 죄수 모두 배신을 선택한다면, 둘 다 5년의 형을 받게 됩니다. 각 죄수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하는 것이 항상 더 나은 전략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다 침묵할 경우(각 1년의 형을 받는 경우)보다 더 나쁜 결과(각 5년의 형을 받는 경우)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적 균형 개념과 비교해 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시장이 균형을 이루면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시장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정된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참가자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함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게임이론에서는 이러한 균형을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라고 부르며, 내쉬 균형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현재의 전략을 바꿔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쉬 균형이 항상 사회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두 죄수가 모두 배신을 선택하는 내쉬 균형은 사실 최적의 결과(서로 침묵하는 경우)보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현실에서도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간 가격 경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두 기업이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지만, 한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 기업도 같은 논리를 따르게 되면 결국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두 기업 모두 이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가격 전쟁(price war)**이라고 하며, 이는 기업들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최적의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환경 보호 문제에서도 죄수의 딜레마는 중요한 개념으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두 나라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이롭지만, 한 나라가 배출을 줄이는 동안 다른 나라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면 경제적 이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이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탄소 감축을 미루게 되면, 결과적으로 환경이 파괴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처럼 죄수의 딜레마는 국제 관계, 기업 전략, 정책 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현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메커니즘이 도입됩니다. 기업 간에는 가격 담합(cartel)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국가 간에는 환경 규제를 위한 국제 협약이 체결되기도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게임(repeated game)에서는 참가자들이 장기적인 신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할 유인이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장기간 경쟁해야 한다면, 단기적으로 배신하는 것보다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 게임에서는 상대방이 과거에 협력한 경험이 있다면 앞으로도 협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며, 신뢰가 형성되면 최적의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경제학에서 균형이 항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게임이론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현실에서도 기업, 정부,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우리가 경제적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단순히 개인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최적 결과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따라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를 이해하는 것은 시장의 원리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경제학의 다양한 개념을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다음시간에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